
《7원더스》의 매력은 도시가 커질수록 카드 한 장의 의미가 달라진다는 데 있습니다. 처음에는 건설의 밑바탕이던 생산 시설이 나중에는 교역비를 아껴 주고, 앞서 지은 건물은 다음 시대의 무료 건설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좋은 카드 한 장을 고르면 나머지는 이웃에게 넘어갑니다. 내 성장에 집중하는 즐거움과 남의 성장을 도울지도 모른다는 부담을 함께 좋아하는 모임에 어울립니다.
앙투안 보자(Antoine Bauza)의 이 게임은 세 시대에 걸쳐 손패에서 한 장을 고르고, 모두 함께 공개한 뒤 남은 패를 넘기는 카드 게임입니다. 고른 카드로 건물을 짓거나, 불가사의의 한 단계를 건설하거나, 카드를 팔아 3동전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각 시대의 기본 진행은 여섯 번의 선택입니다. 행동의 틀은 짧지만, 무엇을 남에게 넘겼는지까지 생각하기 시작하면 판단의 폭이 크게 넓어집니다.
생산 시설을 지을까, 이웃에게 돈을 낼까
생산 능력은 쓰고 사라지는 재고가 아닙니다. 건설에 사용한 자원을 다음 차례에도 다시 쓸 수 있으므로, 초반 생산 건물은 이후 여러 선택의 비용을 줄이는 투자입니다. 도시 앞에 카드가 늘어나는 모습과 실제로 지을 수 있는 건물이 늘어나는 변화가 맞물립니다. 한 번의 점수보다 다음 선택의 자유를 얻는 데서 성취를 느낀다면 이 성장 과정이 매력적입니다.
가령 필요한 자원을 이웃의 시작 자원이나 갈색·회색 카드에서 구할 수 있고, 내게 교역비도 있다고 해 보겠습니다. 직접 생산 건물을 선택하면 앞으로 그 자원을 쓸 때마다 나갈 돈을 줄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번에는 점수를 주는 건물을 고르고 부족분을 사 오면, 생산 시설에 쓸 선택 한 번을 다른 발전에 돌릴 수 있습니다. 기본 교역비는 자원 하나당 2동전입니다. 같은 자원을 계속 살 계획인지, 게임이 끝날 때까지 몇 차례나 더 필요할지가 두 선택의 가치를 가릅니다.
이 거래는 이웃의 생산을 빼앗는 행동이 아닙니다. 자원을 팔아도 그 이웃은 자기 건설에 같은 자원을 쓸 수 있고, 판매를 거부할 수도 없습니다. 대신 내 지출이 상대의 자금이 됩니다. 내 건물을 빨리 올린 대가로 이웃도 다음 교역이나 건설에 쓸 여유를 얻는 셈입니다. 협력처럼 보이는 교역 안에 점수 경쟁이 남아 있어, 상대에게 돈을 주는 행동을 꺼리는 사람에게는 이 의존 관계가 답답할 수 있습니다.
교역이 언제나 해결책인 것은 아닙니다. 이웃의 노란색 카드나 완성한 불가사의 단계가 생산하는 자원은 살 수 없습니다. 같은 차례에 상대가 새로 만든 생산 시설이나 그 차례에 들어올 교역 수입을 미리 계산해 비용을 충당할 수도 없습니다. 눈에 보이는 생산량과 지금 가진 돈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따라서 자립은 단순히 돈을 아끼는 방법을 넘어, 남의 공급과 내 현금 사정에 덜 묶이는 선택입니다.
무료 연계는 여기에 다른 성장 경로를 보탭니다. 앞서 지은 카드와 다음 카드의 연계 기호가 맞으면 그 건물을 무료로 지을 수 있습니다. 필요한 자원을 모두 생산하지 않아도 이전 선택이 길을 열어 주는 순간입니다. 다만 해당 카드가 손에 들어온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연계 가능성을 준비하는 재미는 있지만, 미래의 특정 카드만 기다리면 당장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놓칠 수 있습니다.
좋은 카드를 불가사의 밑에 묻을 이유
가령 이번에 패를 받을 이웃이 과학 기호를 모으고 있고, 내 손에는 그 이웃에게 유용한 과학 카드와 내가 짓고 싶은 다른 건물이 함께 있다고 해 보겠습니다. 내 불가사의의 다음 단계 비용을 낼 수 있다면, 과학 카드를 뒤집어 그 단계 건설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때 지불하는 것은 단계에 표시된 비용이며, 묻은 카드의 원래 과학 효과는 얻지 못합니다. 내 불가사의를 진전시키면서 위험한 카드 하나를 전달 경로에서 빼는 선택입니다.
대가는 분명합니다. 같은 선택에서 다른 건물을 지을 기회가 사라지고, 불가사의 단계 비용도 부담해야 합니다. 이웃의 득점을 줄일 가능성이 있어도 내 도시가 얻을 이익이 더 작아진다면 좋은 견제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이웃이 전체 선두가 아닌 상황에서는 두 사람이 서로의 발전을 늦추는 동안 다른 도시가 점수를 쌓을 수 있습니다. 상대에게 유용하다는 이유만으로 매번 카드를 막기보다, 단계 보상 자체가 지금 내게 필요한지도 함께 따지게 됩니다.
과학이 이런 갈등을 만드는 까닭은 점수가 단순 합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같은 기호를 모으면 종류별 개수의 제곱으로 점수를 얻고, 서로 다른 세 기호를 한 벌씩 갖출 때마다 7점을 더 얻습니다. 예를 들어 다른 과학 효과가 없고 같은 기호 두 개만 가진 도시는 4점이지만, 같은 기호를 하나 더 얻으면 9점이 됩니다. 서로 다른 기호 하나씩을 가진 도시는 기호별 1점씩과 한 벌의 7점을 합해 10점입니다. 상대가 무엇을 모았느냐에 따라 같은 카드가 주는 추가 점수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드래프트의 긴장은 남이 원하는 카드를 알아보는 데서 생깁니다. 자기 카드의 비용과 효과만 읽을 때와 달리, 이웃의 과학 기호와 다음에 받을 손패까지 생각하면 한 장의 가치가 두 도시 사이에서 갈립니다. 이런 눈치 싸움은 직접 공격보다 조용하게 일어나지만, 내 계획만 보며 편하게 성장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계속 주변을 확인해야 하는 부담입니다.
군사 경쟁은 크게 이겨도 보상이 커지지 않습니다
각 시대가 끝나면 양옆 도시와 군사력을 각각 비교합니다. 승리하면 시대에 따라 1·3·5점 토큰을 얻고, 패배하면 -1점 토큰을 받으며, 동률에는 토큰을 받지 않습니다. 상대보다 얼마나 크게 앞섰는지는 보상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이 규칙은 군사 건물을 무조건 많이 짓는 것보다 필요한 만큼 투자할 이유를 만듭니다.
가령 현재 양옆보다 군사력이 높은 상태라면, 방패를 더 늘려도 이번 시대의 승리 보상 자체는 커지지 않습니다. 그 선택을 점수나 생산에 쓸 여지가 생깁니다. 반대로 한쪽과 동률이라면 군사 카드 한 장이 그쪽의 비교 결과를 바꿀 수 있습니다. 다만 모두 동시에 선택하므로 공개된 군사력만 보고 결과를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다른 분야를 키우는 동안 이웃이 군사를 올릴 수도 있습니다.
이 경쟁에서는 이웃의 성향이 투자 효율에 영향을 줍니다. 비슷한 군사력을 가진 도시끼리 계속 증강하면 우위를 지키는 데 더 많은 선택이 들고, 군사 투자가 적은 도시 옆에서는 적은 투자로 앞설 여지가 있습니다. 이미 지은 상대 건물을 파괴하거나 먼 도시를 골라 공격하는 방식은 아닙니다. 군사 경쟁에 밀려도 다른 점수원을 키울 수 있는 대신, 맞은편 선두를 직접 공격해 끌어내리는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받는 패의 운은 줄일 수 있어도 없앨 수는 없습니다
각 시대의 최초 손패는 무작위로 나뉘며, 마지막 시대에 쓰는 보라색 길드 카드도 준비 단계에서 무작위로 선정됩니다. 내 계획과 맞는 카드가 언제 들어올지, 원하는 길드가 이번 게임에 포함됐는지를 처음부터 모두 알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내가 받기 전에 다른 사람이 필요한 카드를 골라 갈 수 있어, 특정 조합의 완성을 전제로 한 계획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대응 수단은 카드의 용도를 바꾸는 데 있습니다. 건물로 쓰기 곤란한 카드를 팔면 자금을 보충할 수 있고, 비용을 낼 수 있다면 불가사의 단계에 쓸 수도 있습니다. 원하는 건물이 늦게 온다고 행동 전체가 멈추지는 않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카드를 팔 때는 도시의 생산이나 점수 효과가 늘지 않으므로, 자금을 마련하는 동안 성장 기회 한 번을 내주는 대가가 남습니다.
이웃의 공개된 도시를 읽으면 어떤 카드가 먼저 사라질지 예상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남의 선택까지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이 점에서 정해 둔 발전 순서를 그대로 실행하는 재미보다 들어온 패의 가치와 주변 수요를 다시 판단하는 재미가 큽니다. 계획을 수정하는 것을 즐기면 변화가 되고, 꼭 만들고 싶은 조합이 있는 사람에게는 좌절이 될 수 있습니다.
세 명은 모두 이웃이고, 일곱 명은 패가 더 멀리 갑니다
개정 기본판은 3~7인을 지원합니다. 3인에서는 나머지 두 사람이 모두 내 이웃이므로 교역 상대, 군사 경쟁 상대, 최종 점수를 겨루는 상대가 일치합니다. 내 지출과 군사 선택이 모든 상대에게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피기 쉽습니다. 같은 패가 시대 안에 다시 돌아올 수 있어 처음 보낸 카드가 남아 있을지 생각하는 여지도 생깁니다.
4인 이상에서는 직접 교역하고 군사력을 비교하는 두 이웃과, 전체 순위에서 경쟁하는 상대의 범위가 달라집니다. 먼 도시가 앞서더라도 그 도시와 바로 자원을 거래하거나 군사력을 겨룰 수는 없습니다. 이웃에게 유용한 카드를 막는 행동이 곧 전체 선두를 막는 행동은 아니라는 점도 더 중요해집니다. 주변과의 경쟁 속에서 각자 도시를 성장시키는 구도를 좋아하면 장점이고, 모든 상대에게 비슷하게 개입하고 싶다면 제약입니다.
인원이 늘 때 카드는 그대로 나눠 쓰는 것이 아니라 인원 표시에 맞춰 구성을 조정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같은 카드가 더 적게 돌아온다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7인에서는 기본 여섯 번의 선택 동안 처음 보낸 손패가 내게 돌아오지 않습니다. 짧게 순환하는 패를 기억하는 판단에서, 새로 들어온 패와 공개된 도시를 보고 대응하는 판단으로 무게가 옮겨갑니다.
동시 선택은 여러 사람의 차례를 한 명씩 기다리는 구조를 줄여 줍니다. 그렇다고 생각하는 속도까지 같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모두의 선택이 끝나야 공개하고 패를 넘길 수 있어, 기호나 비용을 확인하는 사람이 있으면 함께 기다리게 됩니다. 인원만으로 최적 구성을 정하기보다 카드 효과를 아는 정도와 주변 도시를 살피는 데 쓸 여유를 함께 보는 편이 이 게임의 장점을 살리기 좋습니다.
행동은 빨리 익혀도 카드의 가치는 천천히 익힙니다
학습 부담은 선택 가능한 행동의 수보다 여러 점수 체계와 기호에 있습니다. 생산, 교역 할인, 무료 연계, 과학의 제곱 점수와 세트 보너스를 함께 이해해야 카드끼리 비교할 수 있습니다. 카드 효과가 기호 중심으로 표현되어 긴 문장을 매번 읽을 부담은 줄지만, 기호를 아직 모르는 단계에서는 효과 설명을 자주 대조해야 합니다. 행동을 배웠다는 것과 어느 카드가 유리한지 안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불가사의마다 단계 비용과 보상이 다르고 낮·밤 면의 구성도 달라, 같은 손패를 받아도 필요한 자원과 단계 건설 시점이 달라집니다. 모든 사람이 같은 발전 순서를 따르지 않아도 되는 장점입니다. 동시에 다른 도시의 효과를 모르면 그 사람이 왜 특정 카드를 원하는지 읽기 어렵습니다. 자기 보드만 익혀도 출발할 수 있지만, 이웃의 능력을 알아갈수록 견제와 교역 판단의 폭이 넓어집니다.
이 때문에 여러 명이 한 게임에 함께 참여하면서도 각자의 성장 계획을 갖고 싶은 모임에 추천합니다. 카드를 고르는 동안은 각자 생각하고, 공개된 결과로 서로 영향을 주는 방식이 잘 맞는 조건입니다. 누군가의 건물을 없애는 공격은 부담스럽지만 자원 의존과 카드 전달을 통한 경쟁은 즐기는 사람에게도 어울립니다. 도시가 커질수록 비용을 해결하는 방법이 늘어난다는 점이 성장의 보람을 받쳐 줍니다.
반면 자유롭게 가격을 흥정하거나 동맹을 맺는 대화를 중심으로 놀고 싶다면 기대와 어긋납니다. 교역비와 거래 가능한 상대가 규칙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기호 설명을 자주 멈춰 가며 듣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받은 카드의 흐름에 맞춰 계획을 바꾸는 것을 싫어하는 모임에도 선뜻 권하기 어렵습니다. 많은 인원을 수용한다는 장점만으로 가벼운 파티 게임을 기대하면 선택의 밀도를 과소평가할 수 있습니다.
총평
《7원더스》는 내 도시가 잘 굴러가게 만드는 선택에 이웃의 기회까지 따라붙는 게임입니다. 한 장을 고르는 동안 자신의 이익과 남에게 남길 이익을 함께 저울질하고 싶다면, 동시 진행 안에서도 충분히 날카로운 경쟁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정보 출처
평가 대상은 2020년 개정 기본판 《7 Wonders (Second Edition)》의 3~7인 경쟁 규칙입니다. 확장·프로모·디지털판과 별도 작품인 대결·건축가들·다이스는 평가에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추천 판단은 아래 규칙의 선택 구조와 제약을 근거로 합니다.
- Repos Production — 7 Wonders: 공식 지원 인원, 동시 진행, 세 시대의 도시 발전과 공식 규칙 자료 연결.
- Repos Production — 개정 기본판 영문 규칙서, 워털루대학교 공개 보관본: 2~3쪽 구성과 인원별 준비, 4~5쪽 카드 사용·전달·군사 비교, 6~7쪽 생산·교역·무료 연계, 8쪽 과학 등 최종 점수.
- Repos Production — Description of Effects: 1~2쪽 생산·교역 할인·불가사의와 카드의 특수 효과.
- Repos Production — List of Cards and Chains: 카드별 인원 표시와 무료 건설 연계.
- 코리아보드게임즈 — 보드게임이 그려낸 문명: 2024년 9월 23일 국내 소개의 도시 발전·교역·동시 진행 관점.
- 코리아보드게임즈 — 데굴데굴 페이퍼 스튜디오 - 7원더스: 2023년 1월 26일 글의 드래프트·군사 투자 논점과 2020년 개정 설명. 확장 부분은 평가에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 Tana dei Goblin — 7 Wonders (Second Edition): 2020년 작품, Antoine Bauza, 한국어 제목과 BGG ID 316377 식별.
- 코리아보드게임즈 파트너스 — 7원더스 2판: 국내 제품명 확인.
- 한국어 위키백과 — 7 원더스: 원작의 카드 드래프트·과학 점수 설명 참고. 구판 보드 표기와 확장 정보는 개정판 규칙에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