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난자》에서는 상대에게 콩을 공짜로 주면서도 내 농사를 지킬 수 있습니다. 손패를 원하는 순서로 정리할 수 없고, 준비되지 않은 콩도 차례가 오면 심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대의 필요를 읽어 내 부담을 덜어내는 흥정이 핵심 재미이며, 매번 제안하고 거절하는 대화가 즐거운지에 따라 평가가 크게 달라지는 게임입니다.
좋은 콩보다 심을 순서가 먼저입니다
우베 로젠베르크가 설계한 《보난자(Bohnanza)》의 목표는 콩을 재배하고 수확해 금화를 가장 많이 모으는 것입니다. 밭 하나에는 같은 종류만 심을 수 있고, 수확 수익은 콩 종류별로 정해진 카드 수에 따라 달라집니다. 농사라는 테마는 오래 모아 수익을 늘리고 싶은 마음과, 새 작물을 위해 밭을 비워야 하는 사정에 자연스럽게 맞물립니다.
문제는 손에 좋은 콩이 있어도 곧바로 골라 심을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손패 순서를 바꾸지 못하며, 자기 차례 첫 단계에는 맨 앞 카드를 반드시 심고 다음 한 장까지 선택적으로 심습니다. 자리가 없으면 기존 밭을 먼저 수확해야 합니다. 다음에 심을 콩이 지금 기르는 종류와 맞는지 살피는 일이, 손에 몇 장이나 모았는지만큼 중요해집니다.
반면 거래에는 손패 어느 위치의 카드든 내놓을 수 있습니다. 이 차이가 보난자를 단순한 같은 그림 모으기에서 흥정 게임으로 바꿉니다. 뒤에 있는 필요한 콩이 앞으로 오기를 기다릴 수도 있고, 그 앞을 막는 콩을 남에게 넘길 수도 있습니다. 카드를 더 얻는 것뿐 아니라 불필요한 카드를 적절한 상대에게 보내는 것도 자신의 생산 계획을 개선하는 행동입니다.
아무것도 받지 않아도 거래가 남습니다
가령 자기 차례의 첫 심기를 마쳤는데, 손패 맨 앞에는 두 밭 어디에도 맞지 않는 콩이 남아 있다고 해 보겠습니다. 다음 차례까지 그대로 두면 기르던 밭을 비워야 할 수 있습니다. 마침 그 콩을 모으는 사람이 있다면, 필요한 콩과 교환하는 제안을 먼저 해 볼 만합니다. 교환이 성립하지 않아도 선물로 받아 줄 상대가 있다면 손패의 장애물을 치울 수 있습니다.
이때 얻는 것은 카드가 아니라 기존 밭을 더 유지할 가능성입니다. 상대는 자기 수확을 늘릴 콩을 받고, 나는 급하게 밭을 정리할 위험을 줄입니다. 서로 같은 수의 카드를 주고받지 않아도 합의할 이유가 생기는 구조입니다. 상대에게 이익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나쁜 거래라고 판단하면, 내 농사를 지킬 기회까지 놓칠 수 있습니다.
물론 공짜로 준 만큼 상대의 수익을 도울 수 있습니다. 내게는 뒤쪽에 있어 당장 급하지 않은 카드인데 상대에게는 다음 수익 구간을 완성해 주는 카드라면, 서둘러 선물할 이유는 약해집니다. 반대로 바로 다음 강제 심기를 막아 주는 카드라면 내보낼 가치가 커집니다. 이 콩 자체의 값보다 지금 누구에게 얼마나 급한지를 비교하는 데서 흥정의 재미가 나옵니다.
시점도 중요합니다. 거래는 자기 차례 첫 심기 뒤에 있으므로, 이번 차례에 이미 닥친 강제 심기를 뒤늦은 선물로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다른 사람 차례의 거래 기회에 미리 내보내거나, 이번 거래로 다음 차례의 손패를 다듬어야 합니다. 대화로 모든 곤란을 해결할 수 있는 게임은 아니며, 거래를 준비할 기회를 읽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공짜로 받는 콩에도 밭값이 붙습니다
주는 쪽이 이득을 얻는다고 받는 쪽도 언제나 이득인 것은 아닙니다. 거래나 선물로 받은 카드는 손패에 넣어 나중으로 미룰 수 없고, 다시 거래할 수도 없습니다. 거래 단계가 끝나면 받은 콩을 심어야 합니다. 무료라는 말보다 먼저 확인할 것은 그 콩을 심을 자리와, 자리를 만들면서 포기할 수확입니다.
가령 4~5인 게임에서 두 밭이 모두 차 있고, 한 밭에는 콩 한 장, 다른 밭에는 카드 상단에 16이 적힌 콩 네 장이 있다고 해 보겠습니다. 지금 두 밭과 다른 종류의 콩을 한 장 선물받으면 새 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다른 밭에 두 장 이상이 있으면 한 장짜리 밭을 수확할 수 없는 보호 규칙이 적용됩니다. 작게 시작한 밭을 버리고 해결하려 해도 그 선택이 막혀 있습니다.
이 조건에서는 네 장 모은 밭을 수확해야 합니다. 16번 콩은 네 장을 수확하면 금화 한 개, 다섯 장이면 두 개를 받습니다. 당장 수확하면 한 개를 확보하지만, 다섯 번째 콩을 얻어 두 개로 바꿀 기회는 포기합니다. 무료 카드 한 장의 이익이 이 손실을 만회할지는 별도 문제입니다. 아직 다섯 번째 콩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두 개가 보장된 것도 아니므로, 기다릴 가능성과 지금 확정할 수익을 함께 봐야 합니다.
여기서 거절은 소극적인 행동이 아닙니다. 선물도 받는 사람의 동의가 있어야 하므로 불필요한 콩을 일방적으로 떠넘길 수 없습니다. 여러 장을 받는 거래라면 심을 순서를 스스로 고를 수 있지만, 받기 전에 어떤 밭을 비울지는 생각해야 합니다. 수확은 밭 전체를 비우는 행동이라 몇 장만 덜어내는 식의 조정도 불가능합니다. 보난자의 좋은 점은 호의처럼 보이는 제안도 자신의 계획에 비추어 평가하게 만든다는 데 있습니다.
협상은 열려 있어도 거래 경로는 좁습니다
모든 거래에는 현재 차례인 사람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끼리만 따로 교환할 수 없고, 밭에 심은 콩도 거래 대상이 아닙니다. 현재 차례인 사람은 공개한 두 장과 손패를 활용할 수 있지만, 나머지 사람은 자기 손패에서 조건을 제시합니다. 그래서 자기 차례가 아니어도 상대의 공개 카드와 밭을 볼 이유가 생깁니다.
상호작용의 중심은 상대의 자산을 빼앗는 공격보다 거래 조건을 고르고 거절하는 경쟁입니다. 내게 필요 없는 콩이 누구에게 유용한지 찾거나, 내가 필요한 콩을 얻으려면 무엇을 더 내줘야 할지 조정합니다. 두 장과 한 장을 교환하는 식으로 수량이 달라도 합의할 수 있어, 카드 한 장당 고정 가격을 외우는 방식으로는 판단이 끝나지 않습니다.
그만큼 상대가 거래에서 빠지는 선택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내가 아무리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해도 상대는 밭을 유지하거나 다른 콩을 기다릴 수 있습니다. 현재 차례인 사람이 반드시 거래에 들어가야 하므로, 필요한 카드를 가진 사람이 둘 있더라도 지금 바로 그 둘이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이 제한은 흥정의 초점을 모아 주는 장점이지만, 대화에 소극적인 사람이 거래의 중심이 되었을 때 다른 사람이 모든 문제를 대신 풀 수 없다는 부담도 만듭니다.
뽑기 운은 제안을 바꾸지만 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손에 들어오는 콩과 거래 단계에 공개되는 콩은 뽑기에 좌우됩니다. 새로 보충하는 세 장도 받은 순서대로 손패 뒤에 붙이므로, 좋은 종류가 나왔다고 곧바로 밭에 더할 수는 없습니다. 운은 필요한 카드의 유무뿐 아니라 원치 않는 강제 심기가 언제 다가오는지에도 영향을 줍니다.
플레이어는 공개된 밭을 보고 거래 상대를 찾거나, 급하지 않은 카드를 더 얹어 제안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필요한 콩을 상대가 갖고 있어야 하고, 그 상대도 조건에 동의해야 합니다. 협상은 나쁜 손패의 출구를 넓혀 주지만 뽑기 결과를 원하는 대로 바꾸는 권리는 아닙니다. 운을 줄이는 과정에 사람의 판단이 들어가는 점을 즐겨야 이 게임의 보상이 살아납니다.
끝이 가까워지면 기다림의 가치도 달라집니다. 뽑는 더미가 세 번째로 떨어지면 게임이 끝나고 마지막에 밭은 수확하지만, 손패는 점수가 되지 않습니다. 거래용 카드로 오래 쥐고 있는 것과 실제 수확으로 바꾸는 것은 다릅니다. 다만 협상을 위해 두 장을 공개하던 중 더미가 세 번째로 떨어졌다면 그 거래와 재배 단계까지 마칩니다. 마지막 제안에도 의미가 남으므로, 종료가 임박한 시점에는 미래의 큰 수확보다 이번에 심을 수 있는지를 더 따지게 됩니다.
셋일 때의 밭 여유와 다섯일 때의 상대 후보
평가 대상 기본판은 3~5인을 지원하며, 3인은 각자 밭 세 곳, 4~5인은 두 곳을 사용합니다. 셋이 하면 한 사람이 여러 종류를 유지할 여지가 더 있고, 현재 차례인 사람이 제안할 상대는 두 명입니다. 넷과 다섯은 밭의 수가 줄어드는 대신 거래 상대 후보가 각각 세 명과 네 명으로 늘어납니다.
이 차이는 인원에 따라 판단의 방향을 바꿉니다. 셋일 때는 추가 밭 덕에 다른 종류를 받아 둘 공간을 확보하기 쉽지만, 내 제안에 응할 사람의 선택폭은 좁습니다. 넷이나 다섯일 때는 누군가 내 콩을 원할 가능성을 더 넓게 탐색할 수 있는 대신, 그 사람 역시 두 밭에 무엇을 유지할지 따져야 합니다. 사람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거래가 항상 쉽게 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인원이 늘면 자기 차례 사이에 다른 사람들의 거래·수확·재배가 더 많이 들어갑니다. 제안에 참여하려면 달라지는 밭 상태도 따라가야 합니다. 이는 차례 밖의 관심을 유지하는 장점과 여러 제안을 듣고 비교하는 피로를 함께 만듭니다. 따라서 가장 좋은 인원을 하나로 고르기보다, 밭 관리의 여유와 여러 사람을 상대로 한 제안 중 무엇을 더 즐기는지로 모임을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규칙을 아는 것과 거래가 편한 것은 다릅니다
콩을 모아 수확한다는 목표는 이해하기 쉽지만, 처음 설명에서는 손패 순서 유지와 거래 상대 제한, 받은 카드의 재거래 금지, 한 장짜리 밭 보호 규칙을 함께 익혀야 합니다. 특히 손패에서 임의의 카드를 내놓을 수 있는 거래와, 맨 앞부터 심어야 하는 첫 단계를 혼동하면 선택의 이유 자체가 달라집니다. 규칙이 짧다는 인상만으로 설명을 서두르기에는 이런 예외가 중요합니다.
잘하기 위해서는 상대가 모으는 종류를 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상대가 지금 수확해도 괜찮은지, 한 장 더 받아 다음 수익 구간에 닿는지, 내 제안이 오히려 밭을 비우게 만드는지를 읽어야 합니다. 말이 유창한 것만으로 해결되는 협상은 아니지만, 제안의 가치를 빨리 계산하는 사람과 아직 손패 관리가 낯선 사람 사이에는 판단 부담의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대화는 진행 중 덧붙이는 분위기가 아니라 실제 선택 과정입니다. 공식 안내 시간은 약 45분이지만, 제안을 얼마나 길게 주고받는지는 규칙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일정한 속도로 차례가 넘어가기를 원하는 모임이라면 협상 자체가 피로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짧은 제안과 거절을 주고받는 것을 놀이로 받아들이면, 자기 차례 밖에도 참여할 이유가 분명한 게임이 됩니다.
상대도 이득 보는 경쟁을 즐기는 모임에 맞습니다
보난자를 권하고 싶은 대상은 필요한 것을 묻고, 조건을 조금 바꾸고, 서로 납득할 거래를 찾아가는 3~5인 모임입니다. 상대를 돕는 행동과 내 이익을 챙기는 행동이 겹치는 경쟁을 좋아한다면 특히 잘 맞습니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있느냐보다, 각자 제안할 기회와 거절할 여지를 편하게 받아들이느냐가 더 중요한 조건입니다.
반대로 조용히 개인 계획을 실행하는 퍼즐, 사람의 동의 없이 확정할 수 있는 선택, 상대에게 이득을 주지 않는 경쟁을 선호한다면 부담이 큽니다. 가족이나 입문자라는 이유만으로 폭넓게 권하기도 어렵습니다. 카드 처리 방식은 배울 수 있어도, 여러 번 거래를 제안하고 거절당하는 과정의 취향까지 규칙 설명으로 바꿀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처음 함께할 때는 원하는 콩을 묻는 짧은 제안으로도 참여할 수 있게 하고, 거절을 설득 실패로 몰아가지 않는 분위기가 어울립니다. 이는 별도 규칙을 더하는 방식이 아니라 동의가 있어야 성립하는 거래를 편하게 주고받는 방법입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거래를 계속 결정해 준다면, 각자가 자기 이득을 판단하는 이 게임의 재미도 줄어듭니다.
총평
보난자의 매력은 공짜 콩 자체보다, 내가 덜어낸 부담이 다른 사람에게는 수확의 기회가 되는 순간에 있습니다. 그 차이를 함께 찾아가는 흥정을 즐긴다면 작은 카드 게임 안에서도 선택의 밀도가 높습니다. 거래를 빨리 끝내고 자기 계획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바로 그 장점이 가장 큰 피로가 될 수 있습니다.
정보 출처
기본판의 3~5인 경쟁 규칙입니다. 독일어 규칙서 Version 5.4를 중심으로 영문 Version 5.0의 관련 조항을 대조했습니다.
- AMIGO — Bohnanza 제품 소개: 설계자, 게임 목표와 기본 진행.
- AMIGO — 독일어 기본판 규칙서: ©1997, 2016, Version 5.4, 1~2쪽. 손패·밭 수·거래·증여·수확·종료 조건.
- AMIGO — 영문 기본판 규칙서: ©1997, 2016, Version 5.0, 1~2쪽. 재거래 제한, 수확표와 밭 보호 규칙 교차 확인.
- 코리아보드게임즈 — 보난자: 국내 공식 상품의 3~5인·약 45분 안내.
- 나무위키 — 보난자: 협상 참여와 판본 혼동에 관한 쟁점 참고. 적용 규칙은 AMIGO 기본판에 맞췄습니다.
- 자랑쟁이 — 보난자 구판: 흥정 참여도와 모임 적합성에 관한 개인 후기.
- 강뱅 — 15번째 보드게임 소개, 보난자: 협상에 대한 선호와 거래 숙련 차이에 관한 개인 후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