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리뷰
보드게임 리뷰BOARDGAME REVIEWS

재미와 깊이, 취향을 발견하는 시간

당신에게 맞는 보드게임을 만나보세요
보드게임 리뷰

말할 수 없어서 더 짜릿한 협력: 《더 크루》 리뷰

The Crew: The Quest for Planet Nine game cover


협력 게임에서는 대화가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되곤 합니다. 누가 무엇을 맡을지 정하고, 최선의 수를 함께 계산하면 어려운 문제도 차근차근 풀 수 있습니다. 《더 크루: 9번째 행성을 찾아서》는 바로 그 익숙한 도구를 제한합니다. 손에 든 카드를 자세히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동료의 의도를 읽고, 필요한 카드를 필요한 사람에게 넘겨야 합니다. 말 대신 카드의 흐름으로 뜻을 맞추는 재미가 크지만, 자유롭게 작전을 논의하거나 실패 없이 이야기를 진행하고 싶은 모임에는 답답할 수 있습니다.

경쟁적인 트릭테이킹을 협력 퍼즐로

《더 크루》는 토마스 싱이 디자인한 협력 카드게임입니다. 이 리뷰의 대상은 우주 탐사를 다루는 《The Crew: The Quest for Planet Nine》 기본판입니다. 일반 규칙은 3~5인이며, 2인은 가상 승무원을 더하는 별도 변형을 사용합니다. 기본 구조는 트릭테이킹입니다. 각자 카드 한 장씩 내는 묶음을 트릭이라고 하며, 첫 사람이 낸 색을 가지고 있다면 반드시 그 색을 따라 내야 합니다. 그 색의 가장 높은 숫자가 트릭을 가져가고, 로켓은 색 카드보다 강한 트럼프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목표는 트릭을 많이 따는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임무에서는 과제 카드에 표시된 특정 카드를 그 과제의 담당자가 획득해야 합니다. 과제 카드를 쓰지 않고 별도의 성공 조건을 요구하는 임무도 있으므로, 항상 임무 지시가 우선합니다. 목표 카드를 다른 사람이 가져가거나 특별 조건을 어기면 팀 전체가 실패합니다. 높은 카드를 많이 가진 사람이 반드시 유리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가령 자신이 노란색 5를 획득하는 과제를 맡았는데 노란색 카드가 한 장도 없고 로켓 4를 가지고 있다고 해 보겠습니다. 동료가 시작한 노란색 트릭에 5가 나왔다면 로켓 4로 확실히 가져갈 수 있습니다. 색을 따를 카드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입니다. 반면 노란색 카드가 남아 있다면 로켓을 낼 수 없으므로, 같은 높은 패를 가지고 있어도 해결 방법은 달라집니다. 강한 카드의 숫자보다 그 카드를 쓸 수 있는 손패 조건을 읽어야 합니다.

여기서 로켓 4를 쓰면 당장의 과제를 해결하는 대신, 이후에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수단을 소모합니다. 다른 과제를 위해 나중에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면 아쉬운 지출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목표 카드가 나온 뒤 기회를 미룰 수도 없습니다. 자신이 지금 가져가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목표를 가져가 실패하기 때문입니다. 필요한 사람이 이기도록 미리 색 카드를 소진하고 주도권을 연결하는 과정이 이 게임의 핵심 재미입니다.

트릭을 가져간 사람은 다음 트릭의 첫 카드를 냅니다. 따라서 동료에게 트릭을 양보하는 행동은 카드 획득뿐 아니라 다음 색을 고를 권한도 넘기는 선택입니다. 개인의 좋은 패보다 팀 전체가 움직일 수 있는 흐름을 만드는 일이 우선됩니다. 승리를 양보하는 판단을 즐기는 독자에게는 익숙한 경쟁 규칙을 새롭게 쓰는 장점이지만, 자신의 강한 패로 계속 이기는 만족을 기대한다면 방향이 다릅니다.

한 번의 신호가 만드는 추리

일반적인 통신에서는 임무 시도마다 각자 토큰을 한 번 사용할 수 있습니다. 로켓을 제외한 색 카드 한 장을 공개하고, 현재 손패에서 그 색의 가장 높은 카드인지, 가장 낮은 카드인지, 유일한 카드인지 표시합니다. 과제가 있다면 배분을 마친 뒤, 트릭이 시작하기 전에만 사용할 수 있으며 진행 중에는 통신할 수 없습니다. 공개한 카드는 여전히 자신의 손패여서 나중에 낼 수 있습니다. 임무에 따라 통신이 더 제한되기도 합니다.

통신은 정보를 늘려 주지만 동시에 해석할 문제도 만듭니다. 가장 높다는 표시는 그 카드의 위치를 알려 줄 뿐, 이번 트릭을 이기겠다는 선언은 아닙니다. 어떤 목표를 누가 맡았는지와 지금까지 나온 카드를 함께 보아야 신호의 의미가 드러납니다. 정보를 정확히 전달해도 그 정보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는 동료에게 맡겨야 한다는 점이 긴장을 만듭니다.

가령 3인에서 동료가 파란색 7을 가장 높은 카드로 공개했고, 자신에게 파란색 2와 9가 있다고 해 보겠습니다. 남은 한 사람이 가진 파란색 5를 그 동료가 획득해야 한다면, 자신이 첫 카드로 2를 내고 동료가 7, 마지막 사람이 5를 내는 흐름으로 과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5의 과제를 자신이 맡았다면 9로 시작해 직접 가져가는 흐름이 필요합니다. 같은 7의 신호라도 과제의 주인이 달라지면 낮은 카드를 내야 할지 높은 카드를 내야 할지가 바뀝니다.

이 상황에서 동료가 7을 공개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주도권을 넘기면, 자신이 맡은 5를 동료가 가져가 임무가 끝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 손패에서는 5를 가진 사람이 다른 파란색 카드를 낼 수도 있어, 신호 한 번으로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지금 확실히 아는 정보와 아직 모르는 선택을 나누어 생각하는 재미가 있으며, 명확한 정답을 말로 합의해야 안심되는 사람에게는 그 여백이 부담입니다.

통신을 일찍 쓰면 동료가 실수하기 전에 중요한 정보를 줄 수 있지만, 이후 더 급한 색의 정보를 알릴 기회를 잃습니다. 아끼면 카드가 줄어 상황을 더 정확하게 드러낼 수 있는 대신, 이미 시작된 트릭의 오해를 바로잡을 수 없습니다. 동료가 낮은 카드를 낼 때 높은 카드를 아끼는지, 그 색의 선택지가 없는지 추적하는 과정에서 상호작용이 생깁니다. 통신을 쓰지 않는 행동도 단서가 될 수 있으나, 이를 특정 패를 가진다는 확정 신호로 받아들이면 위험합니다.

50개 임무, 같은 카드로 바뀌는 판단

게임에는 난도가 점차 높아지는 50개 임무가 담겨 있습니다. 초반에는 기본적인 카드 흐름을 익히고, 이후에는 과제의 획득 순서나 특정 승무원이 트릭을 가져가면 안 되는 조건 등이 우선순위를 바꿉니다. 새 규칙을 한꺼번에 외우기보다 익숙한 카드 운용의 목적을 바꾸게 한다는 점이 캠페인의 장점입니다. 같은 틀 안에서 판단이 달라지는 퍼즐을 좋아하는 모임에 잘 맞습니다.

순서 조건이 붙으면 목표를 가져갈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즉시 실행하는 것이 좋은 선택은 아닙니다.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면, 뒤 순서의 목표를 보유한 사람이 그 카드를 보류할 수 있도록 다른 색을 시작하는 편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때 쉬운 과제를 늦추면 손패의 여유를 잃지만, 팀 전체가 조건을 지킬 시간을 얻습니다. ‘첫 번째 과제’는 반드시 첫 트릭에서 해결하라는 뜻이 아니라 다른 과제보다 먼저 해결하라는 뜻이라는 차이도 판단에 중요합니다.

운은 손패와 과제 카드의 배분에서 발생합니다. 어떤 시도에서는 필요한 높은 카드가 과제 담당자에게 모이고, 다른 시도에서는 그 카드가 여러 사람에게 흩어질 수 있습니다. 이후 카드를 내는 과정에서 새 카드를 뽑지는 않으므로, 처음 주어진 조건에 통신과 주도권 조절로 대응하는 게임입니다. 패의 불균형을 모두 없앨 수는 없지만, 좋은 숫자만 기다리는 대신 동료가 목표를 가져갈 길을 만드는 선택이 남습니다.

실패 후에는 카드를 다시 섞고 손패와 과제를 새로 배분합니다. 따라서 같은 임무라도 이전 성공의 수순을 그대로 외워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남는 것은 특정 카드의 정답보다 색을 비우거나 주도권을 넘기는 원리입니다. 고정된 퍼즐의 해답을 기억하는 즐거움보다는 달라진 조건에 원리를 적용하는 재미를 원하는 독자에게 재도전의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짧은 임무’가 캠페인 전체를 가볍게 끝낼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공식 규칙서는 초반 임무가 대개 5분을 넘기지 않지만 후반에는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안내합니다. 실패하면 해결 직전까지 진행한 부분도 새 패로 다시 시작해야 하므로, 나아간 진도 자체가 보상인 모임에서는 반복이 피로해질 수 있습니다. 한 번에 완주하기보다 그날 풀어 볼 임무와 재도전할 여유를 함께 정하는 편이 어울립니다.


더 크루 카드와 우주 탐사 구성물

인원에 따라 달라지는 손패와 협력

공식 지원 범위는 2인 변형을 포함한 2~5인이지만, 일반적인 카드 운용과 협력의 기준은 3인 이상입니다. 기본 카드 40장을 나누면 3인은 13장씩 받고 한 사람만 14장, 4인은 10장씩, 5인은 8장씩 받습니다. 3인에서는 마지막에 남는 한 장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 손패 수와 한 트릭에 들어가는 카드 수의 차이가 인원에 따른 판단을 바꿉니다.

3인은 자신이 전체 카드에서 차지하는 몫이 크고, 읽어야 할 다른 손패가 두 사람으로 좁혀집니다. 한 트릭에 카드가 세 장 들어가므로 주도권을 넘길 때 함께 소모되는 카드도 다인보다 적습니다. 동료 한 사람의 신호와 자신이 가진 높은 카드를 연결하며 흐름을 익히기 좋은 조건입니다. 다만 손패가 길어 자기 안에서 고를 카드도 많으므로 생각할 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 흐름을 배우거나 적은 사람의 선택을 깊게 읽고 싶은 모임에 먼저 추천할 만합니다.

4인은 각자 열 장으로 시작하며 한 트릭에서 세 동료의 선택을 함께 봅니다. 한 사람의 신호만으로 움직이기보다 다른 과제 담당자의 카드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3인보다 여러 사람 사이에 주도권을 연결하는 문제의 비중이 커집니다. 개인의 손패와 팀의 정보 분산 사이에서 일반 규칙의 협력을 살펴보고 싶은 네 사람 모임에 어울립니다.

5인은 손패가 여덟 장으로 줄어 특정 색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생길 수 있고, 한 트릭에 다섯 장이 들어갑니다. 목표 카드를 낼 기회와 다른 과제를 보류해야 할 필요가 한 트릭 안에서 부딪힐 여지가 커집니다. 읽어야 할 동료도 네 명이라, 자신의 선택지가 적다고 팀의 판단까지 단순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공식 규칙서도 특히 후반의 난도 상승을 강조합니다. 이미 기본 흐름에 익숙하고 제한된 정보의 더 까다로운 협력을 원하는 다섯 사람에게 적합합니다. 25번 이후 금색 테두리로 표시된 해당 임무에는 시작 전 과제 한 장을 다른 승무원에게 넘길 수 있는 5인 보완 규칙도 있어, 어려운 배분을 그대로 버티는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2인 변형에서는 사령관이 가상 승무원 자비스의 공개 카드와 과제를 함께 운용합니다.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위쪽에 공개된 카드이며, 이를 쓰고 나면 아래 카드는 그 트릭이 끝난 뒤 드러납니다. 공개된 수단을 지금 써서 주도권을 잡을지, 다른 카드 밑의 가능성을 열지까지 생각하게 됩니다. 이 선택을 상대와 자유롭게 상의할 수는 없어 그 시도에서 사령관을 맡은 사람의 판단 부담도 늘어납니다. 두 사람끼리 공개 카드와 숨겨진 패가 섞인 퍼즐을 원할 때는 매력적이지만, 각자가 자기 손패 하나만 맡는 대등한 역할을 기대하면 어긋날 수 있습니다.

규칙은 적어도 신호를 읽는 연습은 필요합니다

전통적인 트릭테이킹에 익숙한 플레이어라면 규칙의 틀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색을 따라 내야 한다는 조건과 다음 트릭의 첫 카드를 누가 내는지부터 낯설 수 있습니다. 익히는 규칙은 적지만 잘하기 위해서는 남은 카드, 과제 순서, 통신 시점을 함께 추적해야 합니다. 숫자와 색을 읽는 데 긴 카드 문장은 필요하지 않지만, 임무의 예외 조건을 정확히 이해하는 부담은 남습니다.

경험 차이가 큰 모임에서는 초반 임무를 연습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좋습니다. 모두의 손패를 공개하고 숙련자가 최선의 수를 지시할 수 없다는 점은 각자 판단할 공간을 남깁니다. 대신 초보자가 잘못 읽은 신호를 진행 중에 바로 설명해 구제하기도 어렵습니다. 숙련자가 표정이나 암시로 정답을 유도하면 통신 제한의 의미가 사라지므로, 실패가 드러났을 때 특정 사람을 탓하기보다 어떤 정보가 부족했는지 돌아볼 수 있는 모임이 중요합니다.

테마보다 카드 퍼즐을 기대할 때

미지의 행성을 찾아 떠나는 우주 탐사 설정은 50개 임무를 이어 주며, 통신이 제한되는 이유를 받아들이게 해 줍니다. 카드 한 장으로 제한된 신호를 보내는 행동은 서로 떨어진 승무원의 협력과 잘 맞습니다. 다만 실제 선택의 중심은 탐사지나 장비보다 숫자, 색, 카드 획득 순서입니다. 풍부한 서사나 인물 성장을 기대한다면 테마가 얇게 느껴질 수 있다는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반복 플레이의 매력도 구성원에 영향을 받습니다. 같은 사람들이 이어서 진행하면 통신을 기다리는 시점이나 주도권을 양보하는 판단을 서로 더 잘 이해할 여지가 생깁니다. 매번 사람이 바뀌면 그 이해를 다시 쌓아야 하지만, 같은 조건에 다른 해석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고정된 모임이 함께 사고방식을 익히려는 목적에는 장점이며, 매번 새로운 구성원이 즉시 높은 난도의 임무에 합류하기를 원한다면 초반 흐름을 다시 맞추는 부담을 감수해야 합니다.

추천의 기준은 협력 게임을 좋아하는지보다 어떤 방식의 협력을 원하는지에 있습니다. 적은 규칙을 바탕으로 각자가 단서를 읽고, 확신이 없어도 한 장을 선택하며, 실패한 이유를 다음 시도에 적용하는 모임이라면 잘 맞습니다. 반면 대화를 통해 불확실성을 모두 해소하고 싶거나, 한 번의 오해로 공동 목표가 무너지는 상황을 불편해한다면 통신 제한은 재미보다 단점으로 크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총평

《더 크루》는 동료의 선택을 끝까지 통제할 수 없는 협력을 즐기는 모임에 추천합니다. 구매나 캠페인 시작 전에는 일반 규칙의 3~5인과 2인 변형 중 어떤 구성을 쓸지, 실패한 임무를 다시 풀 시간을 함께 받아들일 수 있는지 확인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평가는 《The Crew: The Quest for Planet Nine》 기본판의 공식 규칙과 임무 구조에 근거합니다. 출처: Thames & Kosmos 공식 규칙서, Thames & Kosmos 공식 제품 소개.

Cozyon 편집부 작성·검수 기준 · 오류·정정 문의